최근 서울 도심 주요상권 변화, 프로야구 흥행, 경제 콘텐츠 확산, 부업 광고, 알트코인 투자 열풍 같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밑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자산 형성의 어려움’과 ‘빠른 보상에 대한 욕구’가 깔려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요즘세대 소비분석 시리즈>로 청년층의 소비와 투자, 여가 문화 변화 등 한국 사회 2030세대의 불안한 경제 구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이미지=생성형AI 활용 제작] 서울 신촌역 인근 골목은 예전의 대학가 상권과 달라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식당 앞 대기줄은 길지 않았다. 대신 ‘임대 문의’ 문구가 붙은 점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을 닫은 가게 사이로는 홀덤펍 간판도 보였다. 한때 학생들로 붐비던 밥집, 주점, 카페, 노래방 자리는 줄고, 게임과 술을 결합한 업종이 일부 골목을 채우는 모습이다. ◇ 빈 점포 늘어난 신촌, 달라진 대학가 풍경 12일 신촌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신촌 일대에 홀덤펍이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예전에는 학생들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대학가 분위기가 강했는데, 요즘은 골목마다 게임형 업종이나 자극적인 간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과 새로운 유흥 업종이 들어오는 흐름이 같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이날 기준 신촌 대학가 일대 홀덤펍은 약 7개 가량으로 추정된다. 홀덤펍은 카드게임과 술자리를 결합한 업종이다. 정상 영업장은 입장료를 받고 게임 공간과 칩, 주류 등을 제공하지만, 게임 칩을 현금이나 코인으로 바꿔주면 불법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촌은 한때 대학생 소비의 중심지였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와 가깝고 지하철 2호선과 경의중앙선 접근성도 좋았다. 낮에는 분식집과 카페, 저녁에는 주점과 공연장이 사람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가라는 이름만으로 젊은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워졌다. 홍대·연남동, 성수, 한남처럼 특정 목적이 있는 상권으로 젊은 층의 발길이 옮겨갔다. 신촌은 교통은 좋지만 “굳이 찾아가야 할 이유”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5.1%였다. 전년 같은 기간 9.5%보다 5.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3.3%로 전 분기 11.9%보다 올랐다. 신촌·이대 상권의 빈 점포 문제가 일시적인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되는 셈이다. 신촌 일대 [사진=조성진 기자] 학령인구 감소도 대학가 상권을 흔들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인용한 2월 상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 수는 2016년 57만5000명에서 2024년 44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대학가 상권의 핵심 소비층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와 배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골목을 찾는 흐름도 약해졌다. 상인들의 체감도 차갑다. 신촌에서 15년째 주점을 운영한 한 상인은 “개강하면 학생들로 북적이던 게 예전 일 같다”며 “최근 하루 매출이 사실상 최저 수준을 찍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1학년의 송도 캠퍼스 생활, 고물가, 월세 부담, 술자리 감소가 겹치면서 개강철 특수도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즘 세대가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돈을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대학가 안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이나 카페로 이동하는 동선이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특정 목적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전시, 팝업스토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재미를 주는 놀이가 소비의 이유가 된다. 신촌은 대학가라는 상징은 남았지만, 그런 목적 소비를 끌어당기는 힘은 예전보다 약해졌다. ◇ 홀덤펍이 보여주는 ‘짧고 강한 놀이’의 소비 소비 방식의 변화는 신촌 골목의 업종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대학가 소비는 오래 머무는 방식이었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카페에 앉고, 술자리를 이어가는 흐름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재미를 주는 업종이 더 쉽게 눈에 띈다. 홀덤펍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업종 중 하나다. 게임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고 승부는 빠르다. 술자리와 놀이가 결합돼 청년층의 즉각적인 재미 수요와 맞물린다. 홀덤펍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정상적인 홀덤펍은 입장료를 받고 게임 장소와 칩, 주류를 제공하는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게임을 통해 얻은 칩은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 문제는 게임 칩을 현금이나 코인으로 바꿔주거나, 대회 참가권 거래를 통해 돈을 돌려받게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단순한 놀이를 넘어 불법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도 홀덤펍의 불법 도박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홀덤펍 등 영업장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 도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단속 대상은 게임에 사용된 칩을 현금·코인 등으로 바꿔주는 행위, 업주가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 홀덤대회 참가권 거래를 통한 변칙 환전, 참가비를 걷고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는 행위 등이다. 경찰 단속 실적도 적지 않다. 경찰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집중단속을 통해 불법 도박장 운영과 도박 혐의로 6285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69명이 구속됐다. 몰수·추징된 범죄수익금은 약 240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올해 집중단속에서 업주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조직적 운영이 확인되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픽사베이] 신촌 상권 침체와 홀덤펍 증가 현상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상권이 강할 때는 임대료가 높고 업종 경쟁도 치열하다. 반대로 공실이 늘고 임대 조건이 낮아지면 비교적 빠르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이 빈 점포를 채운다. 홀덤펍처럼 게임과 술을 함께 파는 업종은 기존 음식점보다 강한 자극을 주고, 손님을 일정 시간 붙잡는 효과가 있다. 침체된 상권과 달라진 청년 여가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런 업종이 들어올 여지가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신촌의 변화를 홀덤펍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신촌이 약해진 것은 청년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의 소비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젊은 층은 여전히 돈을 쓴다. 다만 상권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빈 점포는 늘고, 빈 점포를 채우는 업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채우는 업종이 모두 건강한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홀덤펍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얇다. 술과 게임이 결합된 공간은 청년에게 새로운 놀이가 될 수 있지만, 환전과 상금 구조가 붙으면 사행성으로 빠질 수 있다. 경찰이 4개월 집중단속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상권 침체는 단순히 빈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업종이 그 빈자리를 채우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신촌을 되살리려면 빈 점포를 아무 업종으로나 채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업계에선 학생과 청년이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저렴한 식사 공간, 안전한 야간 문화, 공연과 전시, 대학과 지역 상인이 함께 만드는 소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권의 빈자리를 빨리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비로 채울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피싱 사각지대] ① 가짜 신고 계좌 동결…진짜 피해자는 ‘속수무책’ 삼성생명 고객, 보이스피싱 걱정없이 발 뻗고 잔다 “주가조작, 투자자 피해액 기준 처벌 강화해야” 신한은행, 지역 금융교육 강화 ‘포용금융’ 실천 외국인 금융 공백, 디지털 신원확인 해법 될까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금융 #경제 #요즘세대 소비분석 #홀덤펍 조성진 기자 jopenman19@gmail.com 다른기사 보기 SNS 기사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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